트위터를 살펴보고, 구독중인 RSS를 돌던 중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습니다. 교사이자 기업가인 Alex Randall씨에 의해 Computerworld지에 실린 2006년 2월자 기사글인데, 세계 최초의 컴퓨터라 불리는 ENIAC(애니악)의 공동 발명가인 존 에커트(J. Presper Eckert)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었습니다. 흥미롭고 인상적인 글이었는데, ENIAC(애니악)에 대해 무성한 소문처럼 존재하는 여러 도시전설 들에 대해, 실제로는 어땠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도록, 존 에커트씨의 생전에 이루어진 인터뷰 내용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습니다.


여러 내용이 있었지만, 그 중, (아마 다른 누군가도 그러하듯이) 정말 흥미를 느끼게 하는 인터뷰 질문과 대답이 있었습니다. 에커트씨가 실험실에서 겪었던 쥐 문제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그 때 당시 쥐가 자꾸 전선의 피복을 갉아 먹어 꽤 문제가 되었었다고 합니다. 애니악 컴퓨터의 경우 지금의 컴퓨터처럼 명령을 '프로그램'이란 형태로 어딘가에 저장해 뒀다가 불러오는게 불가능 했기 때문에, 일일히 전선을 뺐다 꼽았다 하며 배선판에 연결시키는 것으로 연산해야 했습니다.


쥐가 그 전선을 자꾸 갉아 먹고 있다면, 문제가 어느 정도 였을지 짐작해 볼 수 있군요. 그래서 에커트씨와 연구소 사람들은 그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이 천재분들은 어떤 형태의 더 나은 쥐덫을 생각해 냈을까요? 어떤 해결책도 찾아내지 못했을까요? 컨설턴트에게 문제의 해결책을 물었다면 어땠을까요? 혹은 변호사 였다면 또 어땠을까요?


이제 몇 가지 재밌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컨설턴트에게 질문했을 경우


이제부터 현재 사용 가능한 모든 쥐덫 솔루션을 찾기위해 약 3개월간 리서치(연구 조사)를 진행한 다음, 어떤 쥐덫을 배치해야 할지 명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상세한 보고서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다음 8주간의 기간안에 쥐덫을 당신의 회사에 통합하되 매주 2회의 미팅을 통해 일간 현황 기록과 우리의 진행 상황에 대해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신의 기업에 소속된 사람들이 쥐덫을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몇 번의 세미나를 통해 교육하도록 하겠습니다.


변호사에게 질문했을 경우

이 연구소의 소유주는 건물 전체가 쥐에 대해서 완전히 안전하도록 해야 했습니다. 저로선 피해에 대해 그에게 소송을 제기 하기를 제안합니다. 1000만 부터 시작합시다.


관리자에게 질문했을 경우

쥐덫 문제에 대해 해결하고 싶어 하는건 알지만, 지금 현재 사용 가능한 자원이 충분하질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만은 약속 드리죠. 월요일에 제게 비지니스 케이스를 주신다면, 다음 분기에 이사회에 그걸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결국 컨설턴트를 고용하게 된다. 성공하게 될때는 그 모든 성과를 자기가 받고, 실패할 경우 당신을 희생시킨다.)


어머님께 질문했을 경우

내가 뭔가를 한 다음에는 그 자리를 정리하라고 했지? 너 왜 책상위에 먹고 남은 샌드위치를 정리하지 않은거냐? 그 컴퓨터 앞에서 물러나 밖에 나가 놀아라!


개발자에게 질문했을 경우

현재 사용되는 모든 쥐덫은 형편 없습니다. 잘못된 도구로 만들어 졌으니 당연한 일이죠. 제가 하루만에, 기초부터 다시 새로운 쥐덫을 만들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업은 3개월이 걸리게 되고, 결과물로 만들어진 쥐덫은 정말로 빠르게 동작하긴 하지만 실제로 쥐를 잡진 못한다.)


기업가에게 질문했을 경우

우선 Mousetrapster.com을 시작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하고 (물론, 지금도 사용가능 합니다), 개발자 팀을 한 자리에 모집한 다음, 빠른 속도로 중국 시장을 향해 확장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비할만한 경쟁자는 없는 데다가, 우리 쥐덫들을 중국인의 1%에게만 팔아도 그게 얼마나 될지 한 번 상상을 해보세요!


CEO에게 질문했을 경우

안건에 쥐 문제를 가지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얼마간의 생각을 거친 결과, Peromyscus maniculatus를 우리 회사의 중요하고도 전략적인 적으로 결정 내렸습니다. 전 이 새로운 위협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조사하기 위해 태스크 포스(Task Force)를 구성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변화로 인해 과감하게 전체 비용을 줄여야만 할것 입니다. 당신의 관리자가 경영진이 내린 결정의 절차를 오늘 당신에게 설명해 줄 겁니다. 이 쪽은 우리 회사의 경비원인 조지(George)로서 당신의 사무실까지 당신과 함께 동행할 겁니다. 하지만 걱정하진 마십시오. 이건 의례적인 일에 불과합니다.

이것외에도 대략 수 백가지에 달하는 여러 예를 더 떠올려 볼 수 있겠지요. 좀 더 재미있는 예에는 어떤것들이 있을지 한 번 생각해 보는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실때 iMouseTrap 이나 MS Mousetrap 1.0 Server Edition 조크도 잊지 마세요.

그럼 다시 최초의 컴퓨터를 만들어 냈던 그 천재분들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그들은 누구에게 조언을 구했을까요? 위에 나열된 그 어느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쥐에게 물어봤습니다.

“…we got samples of all the wires that were available and put them in a cage with a bunch of mice to see which insulation they did not like. We only used wire that passed the mouse test…”

"...우린 사용 가능한 모든 전선의 샘플을 가져온 다음, 몇 마리의 쥐가 들어있는 상자에 그 샘플들을 놓고 어떤 피복의 전선을 싫어하는지 살펴 봤습니다. 우린 쥐 실험을 통과한 전선만 사용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이 천재인 이유 입니다.

그들은 그 쥐를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 쥐들이 애니악의 전선을 갉아 먹는것이 진짜 문제라는 사실을 발견해 냈던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의 촛점을 '쥐'가 아닌, 쥐가 전선을 갉아 먹는다는 사실에 맞췄기 때문에 훨씬 더 쉽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더 나은 쥐덫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해 내는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