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우리 생활속 다양한 장소에서 제 역할을 다해내고 있는 바코드는 1948년 처음으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코드(Barcode)'라는 이름은 '정보'를 기계가 읽을 수 있는 막대(Bar, 바)와 선의 연속된 기호로 부호화(Encode, 인코드) 할 수 있다는 특성이 반영되어 지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바코드는 오늘날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다양한 형태와 모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우리가 흔히 접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바코드의 과거를 둘러본 다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진화해 왔으며 또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쉬어가는 코너: 필자의 잡담~

미xx 도넛을 처음 먹어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맛있습니다.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고소하고, 쫄깃하면서도 씹을때 탄력이 있어 찹쌀떡을 먹는 기분입니다. 여기에 단맛까지 어우러지니 맛이 좋군요. '도넛은 기름에 튀긴 느끼한 음식'이라는 인식을 단숨에 날려버리는것 같습니다. 아마 기름에 튀기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제조한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갑자기 이 도넛을 예찬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_-;;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맛있게 먹었던 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기에 글로 한 번 옮겨보고 싶었습니다. ^^ (그럼, 여기서 잠시 퀴즈! 제가 먹었던 도넛은 무엇이었을까요? 정답을 맞추시는 분께는 '도넛 맛본 소감'을 선물로 드립니다!)

 

 

바코드의 역사

 

바코드의 아이디어는 1948년, 미국 펜실베니아 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드렉셀 공대의 졸업생이던 버나드 실버가 '계산 시 자동으로 제품의 정보를 읽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던 지역 슈퍼마켓 체인(푸드페어) 사장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된 것에서부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직후, 그는 곧장 달려가 친구였던 노만 조셉 우드랜드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 했고 그 둘은 함께 다양한 방법과 시스템을 실험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첫번째 아이디어가 바로 자외선 잉크를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매우 돈이 많이 들었으며 잉크가 너무 쉽게 탈색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연구와 개발을 계속하면 쓸만한 시스템이 나올것이라 확신했고, 드렉셀 대학을 떠나 플로리다에 있는 우드랜드 아버지의 아파트로 장소를 옮겨왔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스템에 대한 개발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 날 우드랜드는 해변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처럼 머릿속에 바코드 시스템에 대한 구상을 계속하며 모래위에 생각한 여러가지 것들을 스케치하고 있었는데 그 중 모르스 부호도 있었습니다. 그는 모르스 부호가 제품 정보를 자동으로 읽게 할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실제 구현 방법은 찾아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래 위에 모르스 부호를 점찍으며 그려 나가던 중, 그는 무심코 모르스 부호의 각 점들 아래에 주욱 선을 긋게 됩니다. 선이 아래로 그려진 모르스 부호를 보고 그는 순간적으로 최초 바코드의 영감을 얻게 됩니다. 해변 모래 위에 최초 바코드 도안을 그렸던 순간을 그는 이렇게 회상합니다.

"I just extended the dots and dashes downwards and made narrow lines and wide lines out of them."

전 단지 점과 선을 아래로 확장한 다음, 각 부호의 길이에 맞는 폭이 좁은 선과 넓은 선을 그렸을 따름입니다.

출처: Tony Seiderman, "바코드가 세계를 휩쓸다(Barcodes Sweep the World)"

 

이렇게 해서 발명된 바코드 도안은 종이나 제품 표면위에 그려 졌습니다. 그리고 이 바코드를 읽을 때는 강한 광원을 사용해 밝은 빛을 비춘 다음, 여기서 반사된 빛과 정보를 '광전 증폭관'에 반사시켜 비추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후 그들은 바코드를 원형으로 배치하면 훨씬 더 나을 것이란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모든 방향에서 읽는게 가능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원형 바코드를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두 종류의 바코드 모두 특허를 내게 됩니다. 1951년, 두 창시자 중 한 명인 우드랜드는 IBM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특허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싶었던 그는 IBM이 특허에 관심을 가지도록 애를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IBM은 그 기술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야 필요하게 될것이라고 결론을 내리에 되었고, 결국 그 특허는 1962년 Philco사에 그리 높지 않은 가격으로 판매되었습니다. Philco사는 사들인 특허를 다시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사에 팔았습니다.

 

이와 동시에 1959년, 다른 한편에선 열차 객차를 식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또 다른 유사 바코드가 개발되고 있었습니다. 이 바코드는 빛을 반사하기 쉬운 물질위에 파란색과 노란색 막대가 일렬로 세워진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에 1974년이 될때까지 대부분의 철도 차량에 바코드가 붙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 결국 기술적 문제로 인해 이 바코드의 사용이 중지되게 됩니다. 1967년, 이 철도 프로젝트의 선임 기술자가 여러 문제들을 뒤로 한채 프로젝트를 나왔으며 뒤이어서 Computer Identics Corporation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레이저와 스캐닝 거울을 사용해 스캐너 몇 미터 앞에 있는 바코드를 식별하고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을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알고 널리 사용하고 있는 바코드는 여러 경쟁 기술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66년, 국제 식품 유통 기구(National Association of Food Chains)는 바코드를 사용하는 구상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70년대 중반, 표준 제품 코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지정하고 바코드 기술을 개발중인 여러 회사에 테스트와 제안을 보내기 위해 접근하게 됩니다. 당시 많은 회사가 원형 형태의 코드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원형 코드는 인쇄 시 잉크가 흘러 넘치는 몇 가지 기술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때, IBM사에는 여전히 이전에 최초의 바코드를 만들어 냈던 우드랜드가 근무중인 상태였기 때문에, IBM사는 팔아버린 특허 대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주기를 그에게 요구하게 됩니다. 우드랜드는 IBM사를 위해 가로 방향의 수평 바코드를 새로 개발해 내게 되었고, IBM사의 이 가로 방향 수평 바코드가 최종 표준으로 채택되기에 이릅니다. 이 IBM사의 바코드가 오늘날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즐겨 사용하는 표준 바코드입니다. 이후 사용된 모든 바코드는 표준으로 확립된 IBM사의 바코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우드랜드의 작품이지만 말이지요.

 

이 표준 바코드를 사용해 최초로 스캔된 물품은 1974년 6월 26일에 스캔된 Wrigley사의 과일맛 츄잉껌이었습니다.

 


 

힘들었던 초기 도입

 

바코드를 읽도록 해주는 기계가 상당히 고가였기 때문에 매우 오랜 시간동안 광범위하게 도입되지는 못했습니다. 몇 년 뒤에는 명백히 실패한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음모론자들은 바코드가 거슬리는 감시의 한 형태라고 믿기도 했으며 극단적인 일부 기독교 신자들은 바코드가 악마가 만들어 낸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코드가 숫자 666을 감추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실패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바코드의 도입은 천천히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1980년대에는 연간 8,000개의 상점이 물건 계산 시스템을 바코드 체계로 바꾸기에 이릅니다.

 

 

바코드는 어떻게 동작하는가?

 

오늘날의 바코드 기술은 레이저를 사용합니다. 레이저가 바코드의 길이만큼 스캔하면서 얼마나 많은 빛이 다시 반사되어 오는지를 센서가 측정합니다. 흰 공간이 검은색 줄이 있는 공간 보다 훨씬 더 많은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센서가 손쉽게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구별하고 읽어낼 수 있습니다.

 

검은선과 흰 공간으로 구성된 1차원 바코드는 모두 기본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표준에 따라 더 많은 정보를 부호화 하거나 더 적은 정보를 부호화하는 차이점이 있을수는 있지만, 결국 모두 다 이진수를 사용합니다. 컴퓨터처럼 말이지요. 여기서는 국제 제품 코드(Universal Product Codes)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국제 제품 코드가 전세계 어디에서나 제품을 구입하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바코드 입니다.

 

모든 바코드는 동일한 크기를 갖도록 일정하게 나눠집니다. (아래 유튜브 영상의 경우, 95개의 영역 모두 크기가 같습니다. 굵은 검은줄도 사실 2~3개의 영역이 모여서 형성된 것입니다. 이러한 줄 영역이 모두 같은 크기로 총 95개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바코드에서 검은색 선이 0을 나타내고 흰색 공간이 1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바코드는 하나의 긴 이진수 모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맨 앞과 뒤에 있는 3비트(bit)와 중간에 있는 5비트를 제거해 보세요. 이 비트들이 바코드의 시작과 끝, 그리고 정렬을 도와주는 표시자(마커)들입니다. 그리고 나서 남은 나머지 공간을 12 영역으로 나눠 보세요. 이렇게 해서 나온 12가지의 서로 다른 숫자가 바코드안에 감춰진 실제 내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바코드와 관련된 좀 더 상세한 단계별 정보는 위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영문) 영상에서 보실 수 있는것처럼, 바코드는 어떤 면에서는 오류 저항성이 있지만 (스캔하는 방향이 달라도 인식이 가능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손상되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얼룩이나 선 하나에 그어진 마커팬 흔적만으로도 완전히 망가질 수 있습니다)

 

 

바코드의 진화

 

스캐너가 좀 더 세부적인 부분까지 식별할 수 있게 되고, 높은 정확도를 가진 디지털 카메라가 표준이 되어 감에 따라, 바코드 또한 자연스럽게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1차원적인 선 대신, 2차원적인 패턴, 양식, 무늬가 등장하게된 것입니다. 2차원 바코드의 등장은 다양한 독자적 바코드의 탄생을 촉발시켰습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QR 코드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하단부 중앙에 있는 바코드입니다)

 

 

QR 코드는 토요타 산하에 있던 일본 덴소 웨이브(Denso Wave)사가 자동차 조립 중 부품의 고속 추적을 위해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기술은 곧 휴대폰을 사용중인 일본 소비자들에게까지 확대되게 됩니다. 일본의 경우 예전부터 휴대폰을 중심으로한 기술과 문화가 발달되어 있었으며, 폰 자체에 QR 코드를 읽을 수 있는 기능이 내장된 경우가 많아 잡지나 기타 여러 매체에 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QR 코드가 인쇄된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이러한 2치원 바코드를 단순히 1차원 바코드의 진화로 본다면, 비지니스의 맥락에서 이 모든것들이 어떻게 적용될지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2차원 코드는 단순한 막대가 나열된 1차원 바코드 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으며, 이는 매우 유용하게 작용합니다. 1차원 바코드가 확장성 없이 (데이터베이스로부터 해당 정보를 조회해 올 수 있도록 해주는) 숫자 ID만 담을 수 있는 것에 반해, QR 코드는 정보 그 자체를 모두 담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QR 코드와 이후 버전의 2치원 바코드는 여러 사업 분야에서 좀 더 다양하게 활용될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릅니다.

 

 

이제 바코드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해를 거듭하면서 어떻게 발전해 왔고, 또 어떤 형태로 동작하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셨을 겁니다. 혹시 제가 놓친 내용이 있는지요? 추가적인 내용이나 의견을 나누고 싶은 분은 댓글로 남겨 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근 미래에 QR 코드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지도 의견이 있으시면 함께 흔적 남겨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