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는 프린터기로 실제 물건을 인쇄해 낼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초등학생이라면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피자를 옆에 있는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해 낼 수 있다면 얼마나 끝내줄까 하고 말이죠. 물론 제가 이 글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이 이건 아니지만, 흥미로운 생각입니다. 3차원적인 물체를 인쇄해 내는 것 말이죠. 이런 얘기는 다소 공상 과학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고, 또 실제로도 꽤 오랜 시간 동안 그랬습니다. 하지만, 더는 아닙니다.
이렇게 3차원 물체를 인쇄해 내는 과정을 (당연하게도) 우리는 3D 인쇄 (3D 프린팅), 3차원 인쇄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빈 종이를 받아들인 뒤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2차원적인 사진과 글자를 만들어 내는 전통적인 인쇄처럼, 3차원 인쇄(3D 인쇄)는 무에서 완전한 형태를 갖춘 유/물체를 만들어 냅니다.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만한 매력적인 방법이죠.
약 2년 전부터 국내 언론을 통해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3D 프린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작년 한 해 동안 그 관심이 정점에까지 다다랐죠. 3D 인쇄 기술은 이제 막 서막을 올렸습니다. 그리하여 지금부터 3D 인쇄 기술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려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동작하고, 또 소비자로서 우리 모두에게 어떤 이점을 가져올 것인지를 함께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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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인쇄의 간략한 역사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 1986년경, 찰스 W. 헐(Charles W. Hull, 척 헐)이란 이름을 가진 한 남성은 조형과 관련된 특허 (광경화 수지 조형, SLA) 하나를 출원합니다. 이후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3차원적인 실제 물체를 만들어내는 방법으로서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이 방법의 발명은 기계적 가공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죠. 대부분의 물건이 덜고 "깎아내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것과는 달리 (예: 자르기, 구멍 뚫기, 조각하기 등), 3D 인쇄는 "덧붙이는" 과정을 거칩니다 (예: 녹인 플라스틱 등의 물질/소재 쌓아 올리기).
3D 프린터기는 비쌉니다. 전통적인 잉크젯 프린터기는 10만원도 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3D 프린터기는 100만원을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행히 점차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에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한 동안은 이런 경향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조형 (광경화 수지 조형 방식) 방식의 이런 비싼 특성 때문에 이후 다른 방식의 3D 인쇄 기술도 개척됐습니다. 이런 새로운 기법은 그만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부분이 훨씬 더 저렴하고 모든 사람에게 더 열려 있어 다가가기가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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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인쇄 기술
광경화 수지 조형(Stereolithography, SLA) 방식은 처음으로 개발된 3D 인쇄 기술입니다. 이 방식은 광경화성 수지를 층층이 쌓아 올려 물체를 만듭니다. 이 물질(광경화성 수지)은 처음에는 수조 안에서 액체 상태로 있다가 강력한 자외선 빛을 쬐고 고체가 됩니다.
마스크 투영 이미지(Digital light processing, DLP) 방식은 빛을 사용해 액체를 고체로 굳힌다는 점에서 앞서의 기술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마스크 투영 이미지 방식에서는 자외선 레이저로 한 점씩 쏴서 굳히는 대신, 원하는 모양의 이미지를 비춰 한층 전체를 한꺼번에 굳힙니다. 액체의 일부분이 빛에 노출되면 단단해집니다. 이렇게 해서 필요 부분을 굳혔다면 받침 판을 조금 아래로 낮춥니다. 다시 한 번 더 빛을 비춰 액체의 더 많을 부분을 굳히고,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제 고체 모형을 그대로 남겨둔 채 남은 액체를 따라내면 완성입니다.
선택적 레이저 소결(Selective laser sintering, SLS)은 고출력 레이저를 사용해 재료 분말 (예: 플라스틱, 유리, 세라믹, 금속 등)을 덩어리가 되도록 녹인 뒤 원하는 3차원 모양으로 만듭니다.
전자빔 용해(Electron beam melting, EBM)는 금속 재료에 사용되는 3D 인쇄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진공 상태에서 이뤄집니다. 우선 금속 가루(주로 티타늄) 층을 위에서 아래로 쌓습니다. 그런 다음 전자 빔으로 가루를 녹여 단단한 고체 층을 만듭니다. 이 방식으로 만들어진 물체는 놀랄 만큼 밀도가 높고 튼튼합니다.
멀티 젯 조형(Multi jet modeling, MJM)은 현대의 잉크젯 프린터와 비슷한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합성 수지(플라스틱) 가루를 뿌려 층을 쌓은 뒤, 색깔이 들어간 고정용 접착제 같은 물질을 분사해 가루를 하나의 층으로 굳힙니다. 이런 멀티 젯 조형 방식은 빠른데다가 색채를 입힌 인쇄도 가능해 아주 유용합니다.
압출 적층 조형(Fused deposition modeling, FDM) 방식은 가열된 분사 노즐을 사용해 재료(예: 플라스틱)를 밖으로 밀어내기 직전 녹입니다. 이 노즐은 컴퓨터로 제어해 수평이나 수직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녹인 재료가 노즐에서 나오면 거의 즉시 굳습니다.
거의 모든 형태의 3D 인쇄에 STL 파일이 필요합니다. STL 파일은 3D 모델/모형을 담은 특별한 파일 형식입니다. 3D 프린터기가 각 물체를 실제 인쇄에 사용될 개별 층으로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나눌 수 있게 해줍니다. 이런 대부분의 STL 파일은 컴퓨터 이용 설계(Computer-aided design, CAD, 캐드) 프로그램에서 먼저 만든 뒤 변환한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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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인쇄의 이점
3D 프린터기는 상업적 용도나 개인적 용도 모두에서 유용합니다. 개인용 3D 인쇄의 유일한 장벽은 관련해서 드는 엄청난 비용과 사용 가능한 STL 모형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적 노하우입니다. 처음의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면 많은 혜택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디자인과 관련된 일도 3D 프린터기로 훨씬 더 빠르고 쉬워질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개념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신속하게 실제 모형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급속 조형법(Rapid prototyping)이라 불리죠. 덕분에 시간이 지나면서 디자인이 발전하더라도 각 디자인을 거의 즉시 시제품으로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도 단순히 시제품 뿐만이 아니라 최종 제품을 만들 때 3D 프린터기를 사용하면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깎아내는 절삭 방식은 재료의 낭비가 심했습니다. 부스러기, 잔해, 뚫고 남은 조각 등 너무 작아서 어디에도 활용할 수 없는 쓰레기를 양산합니다. 3D 인쇄의 덧붙이고 쌓는 방식은 설령 전부가 아니더라도 거의 모든 형태의 낭비를 없앨 겁니다.
3D 인쇄의 특성은 쉬운 수정도 가능하게 합니다. 일반적인 조립 라인은 물체의 조각을 특정한 방식으로 서로 끼워 맞춰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공정 라인 전체가 실패합니다. 하지만 3D 프린터기는 개인적인 수정 사항이 있으면 STL 파일을 변경하기만 하면 됩니다. 프린터기를 손댈 필요는 없습니다.
3D 인쇄로 달성할 수 있는 상세한 묘사의 수준도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다른 어떤 제조 방법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입니다. 완전히 손수 설계 디자인하고 깎고 다듬은 물건을 제외하면 말이죠. 3D 인쇄기의 정확성은 4 마이크론 해상도까지 작업해 낼 수 있을 정도기까지 합니다. 이건 사람의 머리카락 한 올 보다 더 가는 정도입니다.
3D 인쇄 기술이 정말로 세상을 바꿀지는 알 수 없지만, 확실히 매력적이고 매우 가치가 있습니다. 전 세계의 회사가 이미 3D 인쇄 기술을 제조 과정에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취미 활동을 즐기는 애호가는 벌써 자신만의 즐거움을 위해 필요한 물건을 인쇄해 내고 있습니다. 향후 10년 내로 우리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인쇄해줄 가정용 3D 프린터기가 일반화 되는 걸 보는 것도 전적으로 가능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