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1시경, 무심코 밤하늘을 바라보다 별똥별 - 유성을 봤습니다. 예기치도 못한 순간, 갑작스럽게 말이지요. 생각해 보면, 밤 하늘을 바라보게 된건 정말 우연한 일이었습니다. 해야할 일들을 다 마무리 짓고 잠자리에 들려는 찰나, 저너머 바깥 풍경을 슬쩍 곁눈질해 보니 하늘이 너무나도 맑더군요. 바로 어제 아침과 그저께만 해도 하늘 가득 회색 구름만이 가득했고, 또 그칠듯 하면서도 그치지 않는 비가 이따금씩 계속 내렸던것과는 대조적으로 말이지요. 비가 내리던 당시만 해도 일기 예보를 봤던 기억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이 비가 언제까지 내리려나'라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했던 제 기우와는 달리 오늘 새벽에 발견하게 된 밤하늘은 너무나도 상쾌하고 깨끗해 보였습니다. 점점이 총총 빛나는 별들을 제외하곤 정말 아무것도 없는, 맑고 깨끗한 하늘이었습니다. 그리고 밤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하늘이 높아보이더군요. 아마도 가을 하늘이었기 때문이었겠지요.


   너무나도 맑고 높은 밤 하늘을 무심코 바라보던 저는, 이윽고 발길을 옮겨 밖으로 향했습니다. 밖의 신선한 밤 공기는 깊이 들이마실수록 청량감이 느껴짐과 동시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발길을 옮기던 저는 몇 걸음 지나지 않아 별들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멈춰서서 머리위를 올려다 보기 시작했습니다. 탁- 트인 하늘이 주는 시원함을 느끼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오늘따라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별자리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북극성이 눈에 들어오고, 페가수스 자리가 보이더군요. 안드로메다 자리와 페르세우스 자리도 보였습니다. 


   그렇게 하릴없이 작은 유리알처럼 높은 하늘에 박혀 반짝이고 있는 별과 별자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무언가가 지나가더군요. 눈 깜짝할 사이에 말입니다. 테두리는 조금 불그스름한 빛을 띠며, 안은 순백색으로 빛나는 조금 가는 실선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긋는것처럼 주욱- 선을 그리며 재빨리 이동했습니다. 마치 조금 긴 꼬리를 가진 빛의 덩어리가 아주 매끄럽게 미끄러져 어딘가로 흘러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게 한동안을 미끄러져 이동하던 빛은 서서히 사라져 갔습니다. 아니, 밝기가 점점 더 옅어지며 서서히 사라져 가는것처럼 보였습니다. 천천히 옅어지는가 싶던 유성은 마침내 빠른 속도로 사라지며 모습을 감췄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별똥별을 순간적으로 목격했던 것입니다.


 

   유성을 목격했던 그 순간의 감정은 글을 옮겨적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가슴과 몸이 떨리면서 몸안 가득 설렘이 가득했고, 너무나 기쁜 나머지 두 눈에서 눈물이 나올 뻔 했습니다. 가느다란 것 같으면서도 너무나 생생하고 분명했던 별똥별이어서 그런지 감격에 겨웠습니다. 기억도 흐릿할만큼 아주 어린 시절, 그때 별똥별을 처음 목격했었습니다. 지금과 비슷하면서도 닮은 감정으로 말이지요. 그런데 너무나도 안타깝게도 그 뒤 단 한 번도 별똥별을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그때의 놀라움이 잊혀질만큼 오랜 시간 동안 말이지요. 그런데 오늘 유성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 무엇도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몇 초간 이어진 그 짧은 순간을 거친뒤 예전에만 느낄 수 있었던 잊혀진 감정이 다시금 되살아 났습니다. 달과 별이 떠있는 무한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느꼈던 신비감과 호기심, 설렘, 그리고 가슴 두근거림을. 한동안 잊고 지냈던 가슴속 떨림을 말입니다. 날씨가 조금 선선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흥분과 긴장에 몸이 떨렸습니다. 그리고 기뻤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마주칠 수 없었을지도 몰랐을 이 소중한 순간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제게 너무나도 특별하게 다가왔던것 같습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말 그대로 전율했습니다.


"...유성을 목격했던 그 순간의 감정은 글을 옮겨적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가슴과 몸이 떨리면서 몸 안 가득 설렘이 가득했고, 너무나 기쁜 나머지 두 눈에서 눈물이 나올 뻔 했습니다. .."


   장관이 연출되고 또 일련의 감정을 느끼고 나서도 어느 정도 뒤인 순간, 갑자기 아쉬운 감정이 몰려왔습니다. 별똥별이나 유성이 지나갈때에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말이 있는데, 정작 저는 소원을 빌지 못했습니다. 순식간에 많은 감정을 느끼며 아름다운 장관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나놓고 보니 못내 아쉽더군요. 소원을 빌었어야 했습니다, 소원을! 그리고 또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습니다.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너무나도 예기치 못한 순간에 너무나도 빨리 지나가 버린 바람에 미처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본문에 첨부된 사진도 이곳 저곳을 뒤지다 최대한 제가 봤던것과 비슷하게 나온것을 고른 것입니다. 역시나 사진이 아쉽군요, 사진이.


   별똥별의 아름다운 장관을 목격했던 기억을 가슴속에만 품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이렇게 글로 블로그에 옮겨적어 기록해 봅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그때의 그 감정과 기쁨을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유성을 바라보면서 밤 하늘의 아름다움을 오래전에 느꼈던 분들이 오늘의 저처럼 다시 한 번 그때의 감정을 느끼실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적어봅니다. 밀물과 썰물처럼 오고간 감정속에서 제가 발견하게 된것은 비단 유성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밤 하늘의 아름다움, 가을 하늘, 별자리, 제 안에 담겨있던 잊혀졌던 기억과 감정에 이르기까지. 순간적으로 많은것과 만나게 된것 같습니다. 이 모든 순간과 기억들이 제 가슴과 머리속에서 나와 다시 한 번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이곳에 그 흔적으로 남겨놓습니다. 언젠가 가상의 지면상에 물감을 뿌리듯이 탁- 흩뿌려놓은 이 글들이 둥실둥실 떠올라 생생하게 살아나는 순간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잠못 이루는 새벽 어느 시점에서.

'나'라는 사람이 남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