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에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서피스(Surface) 태블릿이 처음으로 공개된지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서피스 태블릿의 두 종류 제품(Windows RT, Windows 8 Pro 제품) 중 Windows RT가 탑재된 서피스(Surface) 태블릿 제품의 가격이 공개되었습니다. 현지 가격으로 $499군요. 그리고 윈도우 8 (Windows 8)의 최종 출시도 그 어느때 보다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윈도우 8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생각보다 많은분들이 (당연하게도) 다양하게 나뉘어져 출시되는 윈도우 8 버전에 혼동을 느끼고 계신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그 차이점에 대해 명확하게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적어도 윈도우 8 (Windows 8)과 윈도우 RT (Windows RT)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아래에 이어질 내용을 통해 두 버전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이점과, 각 버전이 가진 장점과 단점에는 어떤것들이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 윈도우 8은 실행되는 기기 환경에 따라 크게 Windows 8과 Windows RT의 두 제품으로 종류가 나뉩니다. 윈도우 8은 일반적인 데스크탑 컴퓨터나 노트북, 인텔 CPU가 장착된 태블릿형 기기에서 동작하고, 윈도우 RT는 ARM CPU 기반의 저전력 태블릿 전용 기기에서 동작합니다. 아래쪽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합니다.

 

 

서로 다른 하드웨어 실행되는 두 버전

 

두 버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실행되는 하드웨어 환경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거의 모든 PC와 애플의 신형 Mac 제품은, 모두 다 인텔(Intel)이나 AMD사에서 제조한 표준화된 x86 CPU 상에서 동작합니다. 좀 더 오래된 Mac 제품은 다른 형태의 Power PC 표준을 사용했지만, 2006년경 모든 맥이 인텔사의 x86 CPU로 전환한 덕분에 지금 현재 맥을 사용하고 계신분들은 윈도우를 맥 하드웨어에서 실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부트캠프나 가상 머신을 사용해서 말이지요. (2006년 이전의 Power PC 기반 맥의 경우 윈도우를 결코 실행할 수 없었습니다)  현존하는 모든 윈도우 소프트웨어는 모두 x86 하드웨어 위에서 실행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64비트 버전의 윈도우를 사용하고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그리고 64비트는 무언가 다르지 않냐고 질문할 분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64비트 지원 CPU 제품 또한 여전히 x86 표준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x86 표준은 맨 처음 16비트에서 시작해서, 32비트로 이어졌고, 가장 최근에는 64비트로 계승되었지요. 하지만 이 모든것은 결국 x86 표준위에 있습니다. 가끔 비트 표시가 "x86 vs x64"라고 표기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의미하는 것은 "x86-32"나 혹은 "x86-64" 입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Windows RT는 윈도우 8의 특별한 버전입니다. 이 버전은 전통적인 컴퓨터(PC) x86 하드웨어가 아닌, 완전히 다른 ARM CPU 구조위에서 실행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ARM CPU는 주로 임베디드 시스템 (범용이 아닌 몇 가지 특정 목적만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컴퓨터, 기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사실, iPad가 탑재하고 있는 CPU도 ARM의 한 종류입니다. 닌텐도 DS(Nintendo DS) 게임 기기도 ARM CPU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ARM 칩들이 다음 세대의 태블릿들을 동작시킬 것이며, 이제 Windows RT도 실행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슬슬 전혀 다른 두 시스템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그램들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게 생각할 분이 계실겁니다. 이 소프트웨어 호환성 부분이 혼란의 시작점입니다. 그리고 메트로(Metro) UI가 전면에 나서게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메트로(Metro), 모던 UI 스타일(Modern UI Style)

 

메트로(Metro, =Modern UI Style)는 윈도우 8의 사용자 경험을 정의하는 새로운 그래픽 환경입니다. 모든 Windows 8, Windows RT 제품은 메트로를 핵심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메트로만을 위해 만들어진 앱(App)은 하드웨어나 CPU의 종류에 관계 없이 모든 Windows 8과 Windows RT 탑재 기기에서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새로운 프로그래밍 API 세트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공용 언어 런타임(Common Language Runtime, CLR)'을 말이지요. 이 공용 언어 런타임은 프로그래머가 하드웨어 세부 사항에 신경쓰지 않고도 동일한 시스템 기능 집합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그래서 메트로 앱을 만들면, 이 앱은 ARM 기기와 x86 하드웨어 모두에서 동작합니다. 모든곳에서 동작하는 셈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사항은 지금 현재 사용하고 있을 기존 프로그램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아마 시간이 흐름에 따라 "메트로 버전"이 따로 하나 만들어 질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사용하고 있는 모든 프로그램은 전통적인 컴퓨터(x86 CPU 기반 PC)에서만 동작합니다. 따라서 ARM CPU 기반 휴대 기기에서 동작하는 Windows RT에서는 실행할 수 없습니다. Windows 8과는 호환될 것이기 때문에 컴퓨터를 업그레이드 한 뒤에도 기존 프로그램들을 계속 사용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Windows RT를 탑재한 태블릿을 구매했다면 겉모습이 완전히 같아 보인다 하더라도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그램들은 이 (Windows 8과 똑같이 생긴) Windows RT가 구동중인 태블릿에서 실행할 수 조차 없습니다.

 

혼란스러워 할 분이 계실것 같아서 다시 한 번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Windows RT는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그램을 하나도 실행할 수 없지만, Windows 8은 기존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바탕화면 "모드"

 

Windows 8과 Windows RT 모두 바탕화면 모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윈도우 8 미리보기 버전을 설치한 분들 중 상당히 많은분들이 메트로 UI 화면을 기존 윈도우 '바탕화면'위에 추가적으로 얹어진 부속물인것처럼 느끼신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바탕화면 "모드"를 파일 시스템을 찾아보기 위해 사용하는 또 다른 메트로 앱에 불과하다고 보는것이 훨씬 더 정확할 것입니다. 그래서 바탕화면이 Windows 8과 Windows RT 모두에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윈도우 8의 경우, 바탕화면 모드 "앱(App)"은 파일 시스템을 둘러보는 용도외에도 기존 윈도우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Windows 7이나 XP의 바탕화면이 한 때 제공했던 것과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Windows RT에서는, 바탕화면 모드를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을 둘러보는 것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로지 이 용도로만 사용하게끔 구성되어 있는 셈입니다.

 

물론 단 하나의 예외가 있긴 합니다. 메트로 앱이 바탕화면 모드에서도 실행될 수 있도록 설정된 경우, 해당 메트로 앱은 모든 기기의 바탕화면 모드에서 동작할 수 있게 됩니다.

 

 

MS 오피스는? 그리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윈도우에서 오피스(Office) 제품을 실행할 수 없다면 어떨까요? 지금 현 상황은 이렇습니다. 현재 MS 오피스(Office) 제품을 구매해서 가지고 계시다면, 이 오피스 제품은 Windows RT 태블릿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오피스 제품군도 전통적인 x86 CPU를 가진 PC에서만 동작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피스 자체를 사용할 수 없는것은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Windows RT에서도 실행 가능한 특별한 버전의 오피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소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직접 만드는 Windows RT 기반 서피스 태블릿에는 이 특별한 버전의 MS 오피스가 기본적으로 미리 설치 및 탑재될 것이라고 합니다. MS사가 공식 확인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다른 회사에서 발매할 Windows RT 탑재 태블릿 제품에는 전용 오피스가 탑재될지의 여부가 불투명 합니다. 현재로선 어떤 보증도 없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MS사의 서피스 태블릿 만큼은 확실히 포함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의 경우에는 비판과 논쟁이 좀 있는 상태입니다. 윈도우 8의 경우, 어떤 웹브라우저든지 원하는 것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메트로에 최적화된 인터넷 익스플로러도 사용할 수 있고, 데스크탑 모드의 파이어폭스도 사용할 수 있고, 혹은 새로운 메트로 버전의 파이어폭스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원하는 웹브라우저라면 어떤 것이든지 설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Windows RT의 경우 오로지 인터넷 익스플로러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Windows RT에는 대체 웹브라우저를 설치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사항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뀔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애플이 과거 iOS상의 사파리(Safari) 웹브라우저에 취했던 유사한 정책을 한 번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처음에는 사파리만이 유일한 웹브라우저 였지만, 이젠 다른 웹브라우저도 사용할 수 있도록 완전히 오픈되지 않았습니까. 아마 MS사도 결국엔 타 웹브라우저도 동작하도록 바꿔야만 할 것입니다. 반독점 금지법 덕분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그렇게 바꿀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현재는 그렇습니다.

 

 

안전 부팅(Secure Boot)

 

윈도우 8 탑재 기기는 이제 안전 부팅 모드에서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포함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능은 윈도우의 핵심 시스템이 시작되기 전에 악성 부트 코드가 실행되는 것을 방지해 줍니다. 또한 리눅스(Linux)가 설치되는 것을 차단합니다. 이 보안 기능은 (리눅스를 사용하고 싶어할지도 모를 사용자의 선택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상당히 논란이 되었는데, 이 안전 부팅을 사용자가 끌 수 있도록 할지 그 여부는 전적으로 PC 제조업체에게 달려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부분의 PC 제조업체가 이 안전 부팅 모드를 기본적으로 활성화 해두되, 사용자가 그걸 끌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넣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바이오스(BIOS) 상에서 PC 기기와 관련된 다양한 설정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것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Windows RT 시스템은 이러한 선택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안전 부팅(Secure boot)을 끌 수 없기 때문에, 인증되지 않은 운영체제는 하나도 설치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점은 오로지 iOS만 실행할 수 있는 iPad와도 유사해 보입니다. iOS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Windows RT 기반 태블릿도 제품이 출시된지 단 몇 일만에 해킹되어 탈옥과 비슷한 형태로 이 안전 부팅 기능을 깰 수 있는 무언가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런일이 일어날지는 전혀 알 수가 없군요. 다시 한 번 간결하게 말해서, Windows RT 기기는 오로지 Windows RT만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정리한 이 글이 Windows RT와 Windows 8의 차이점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아마 Windows RT 기기를 iPad처럼 이리 저리 잠겨있고, 현재 사용중인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없으며, 메인 웹브라우저로 인터넷 익스플로러만 사용해야 하는 태블릿 기기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시기가 가장 쉬울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Windows 8 만큼은 현재 사용중인 모든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고 원한다면 입맛에 맞게 설정하고 바꿀수도 있습니다. 메트로 UI 화면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계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기존에 아무 문제 없이 잘 하던 일을 전혀 할 수 없게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이 모든 사항을 읽어 보셨으니, 여러분께 한 가지 사항을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이러한 사항들이 있더라도 여전히 Windows RT 기반 태블릿을 구입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혹은 "적절한" Windows 8 기반 태블릿이 나올때까지 기다리실 건가요?